2017년 2월, R&D 부서에서 오래 일하던 선배의 퇴사일,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‘당부의말씀’이라는 제목으로 팀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걱정이 많으시네라는 생각을 했다.
존경하던 선배의 마지막 메일이다보니 그 메일을 지우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다시 읽어보곤 했는데, 시간이 흘러 메일을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다가왔다.
“막연한 정책업무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얘기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”
모호하게 해석된 현상을 기반으로 수립된 정책들은 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, 이러한 조치들은 기술적 문제점과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한다.
“회사에서 요구하는 의무적인 요건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것일 뿐이지 별 의미가 없습니다.”
“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,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입니다.”
존경하던 선배의 나이에 점차 다가갈 때마다 회사에서 하라고 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었는지,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된 나는 내가 원하는 이상형이 되었는지 떠올린다.
“나의 꿈, 나의 비젼을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,”
“그런 것이 아직 불분명하다면 이 기회에 분명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.”
나의 꿈, 나의 비젼을 찾기 위해 스스로 궁구하게 된 이 시기가 되어, 떠나간 선배의 조언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건 이 메시지가 시간이 흘러야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.
선배의 메일은 10년 만에 나에게 다다랐다.
